유닛 테스트, 착각인가 진실인가? 개발자의 허울 좋은 믿음 깨기
2025년 11월 13일
유닛 테스트, 착각인가 진실인가? 개발자의 허울 좋은 믿음 깨기
금요일 밤 11시 47분, 저는 막 배포된 따끈따끈한 새 기능 코드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유닛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이 코드는 완벽해!”라는 확신이 가득했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확인한 제 메일함에는 버그 리포트가 쌓여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테스트 코드는 다 초록불이었는데?” 이 시나리오, 왠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개발자라면 누구나 유닛 테스트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코드 품질을 높이고, 리팩토링을 용이하게 하며, 버그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이죠. 하지만 가끔 우리는 유닛 테스트가 제공하는 ‘안전망’이라는 환상에 빠져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곤 합니다. 과연 우리의 테스트 코드는 정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테스트 커버리지’라는 숫자에 만족하며 허울 좋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이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보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유닛 테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나만의 완벽한 테스트 코드?” 착각의 시작
개발자로서 우리는 유닛 테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종종 자기만족에 빠지기 쉽습니다. 코드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마치 견고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만족감은 때로는 위험한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테스트 커버리지의 맹점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는 ‘높은 테스트 커버리지 = 높은 코드 품질’이라는 공식에 갇히는 것입니다. 물론 테스트 커버리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100%에 가까운 커버리지를 달성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getter/setter 메서드나 아주 간단한 유틸리티 함수들을 무의미하게 테스트하여 커버리지 숫자를 높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테스트 코드는 실제로 중요한 비즈니스 로직이나 복잡한 상호작용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합니다. 오히려 테스트 스위트를 불필요하게 비대하게 만들고, 코드 변경 시 더 많은 테스트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유지보수 부담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진정한 코드 품질은 커버리지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잘못된 가정 위에 세워진 테스트
또 다른 착각은 우리의 유닛 테스트가 항상 올바른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종종 코드를 작성하는 시점의 이해를 바탕으로 테스트 코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구사항이 바뀌거나, 초기 설계에 오류가 있었음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만약 테스트 코드 자체가 이러한 잘못된 가정 위에서 작성되었다면, 그 테스트는 항상 통과할지라도 실제 시스템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짓된 긍정(False Positive)’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테스트는 통과했지만, 기능은 동작하지 않아!”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2. 유닛 테스트의 흔한 오해와 함정
우리가 유닛 테스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들은 종종 그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개발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함정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구현 세부 사항 테스트 vs. 행동(Behavior) 테스트
많은 개발자가 유닛 테스트를 작성할 때, 메서드 내부의 특정 로직 흐름이나 private 메서드 호출 여부 등 ‘구현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테스트 코드가 너무 단단하게(tightly coupled) 실제 코드에 묶이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작은 리팩토링이나 구현 변경에도 수많은 테스트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진정한 유닛 테스트는 특정 유닛(클래스, 함수 등)의 ‘관찰 가능한 행동(observable behavior)’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즉, 유닛의 입력에 대해 올바른 출력을 내는지, 예상된 부작용(side effect)이 발생하는지 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 구현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외부에서 관찰되는 행동은 유닛의 계약(contract)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테스트 코드는 유연성을 얻고, 실제 코드의 리팩토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조력자가 됩니다.
과도한 Mocking: 통제 불능의 테스트 환경
Mocking은 유닛 테스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외부 의존성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또 다른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Mocking은 실제 객체의 상호작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하여, 테스트 환경과 실제 런타임 환경 간의 괴리를 발생시킵니다.
개발자는 Mock 객체의 스텁(stub)된 동작만 믿고 테스트 코드를 통과시키지만, 실제 시스템에서는 Mock 객체가 아닌 실제 객체의 복잡한 로직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나는 바나나 껍질로 만든 배를 타고 있지만, 배가 잘 뜨는지 테스트했으니 안전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중요한 비즈니스 로직이나 서드파티 라이브러리와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실제 문제를 은폐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Mocking하고, 중요한 통합 지점은 통합 테스트(Integration Test)로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깨지기 쉬운(Fragile) 테스트와 방치된 테스트
테스트가 조금만 코드를 변경해도 실패하거나, 의미 없는 오류 메시지를 쏟아낸다면 ‘깨지기 쉬운 테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테스트 코드는 개발자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유닛 테스트에 대한 불신을 심어줍니다. 개발자들은 결국 테스트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제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번 작성된 테스트 코드가 실제 코드의 변경과 함께 업데이트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마치 오래된 지도와 같습니다. 실제 지형은 변했는데, 오래된 지도만 들고 있으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방치된 테스트 코드는 더 이상 코드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며,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개발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3. 진정한 코드 품질을 위한 유닛 테스트 활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유닛 테스트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코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핵심은 ‘어떻게’ 테스트할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에 있습니다.
무엇을 테스트할 것인가? 핵심 비즈니스 로직과 공개 API
모든 것을 테스트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테스트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 핵심 비즈니스 로직: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복잡한 로직은 반드시
유닛 테스트로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 공개 API (Public API): 클래스나 모듈이 외부로 노출하는 인터페이스는 그 계약(contract)에 따라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해당 유닛의 ‘행동’을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예외 케이스 및 경계 조건: 예상치 못한 입력이나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코드가 견고하게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단순한 데이터 전달 메서드(getter/setter), 프레임워크가 보장하는 기능, 혹은 너무 낮은 수준의 구현 세부 사항은 테스트 우선순위에서 낮추거나 생략할 수 있습니다. 모든 코드를 테스트하는 것보다, 중요한 코드를 잘 테스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어떻게 테스트할 것인가? FIRST 원칙 준수
좋은 테스트 코드는 ‘FIRST’ 원칙을 준수합니다.
- Fast (빠르게):
유닛 테스트는 매우 빠르게 실행되어야 합니다. 수천 개의 테스트가 몇 초 안에 완료되어야 개발자가 자주 실행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 Independent (독립적으로): 각 테스트는 다른 테스트와 독립적으로 실행되어야 합니다. 테스트 순서나 다른 테스트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Mocking이나 테스트 픽스처(fixture)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 Repeatable (반복 가능하게): 어떤 환경에서든, 몇 번을 실행하든 항상 동일한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 Self-validating (자가 검증 가능하게): 테스트는 성공 또는 실패를 명확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람이 결과를 해석할 필요 없이, 실행 결과만으로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 Timely (적시에):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TDD(Test-Driven Development)는 코드의 설계 품질을 높이고 테스트하기 쉬운 코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테스트 코드도 리팩토링이 필요하다
테스트 코드 역시 프로덕션 코드와 마찬가지로 ‘코드’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중복이 발생하거나, 유지보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테스트 코드를 주기적으로 리팩토링하여 깨끗하고 이해하기 쉽게 유지하는 것은 유닛 테스트의 장기적인 가치를 보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테스트 헬퍼 메서드를 만들거나, 테스트 픽스처를 재사용하여 중복을 제거하고, 테스트의 의도를 명확히 하는 리팩토링을 꾸준히 수행해야 합니다.
4. 진실을 마주하고 성장하기
“내 유닛 테스트는 완벽해!”라는 확신은 종종 가장 큰 거짓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성장이 시작됩니다. 유닛 테스트는 단순히 버그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설계를 유도하고, 코드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개발자의 자신감을 높여주는 강력한 동반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테스트 코드를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시간입니다. 단순히 초록색 바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여러분의 테스트 코드는 정말로 중요한 비즈니스 로직의 ‘행동’을 보장하고 있나요? 아니면 구현 세부 사항에 얽매여 리팩토링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 글을 통해 유닛 테스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착각에서 벗어나 진실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테스트 코드의 품질을 고민하며 발전해나가는 개발자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테스트 코드를 열어보고, 다음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 이 테스트는 실제
코드 품질에 기여하는가? - 이 테스트는 구현 세부 사항이 아닌, ‘행동’을 검증하고 있는가?
- 이 테스트는 빠르고, 독립적이며, 반복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여러분의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